옹달샘25시-옹달샘에서 실습을 하며



△ 글쓴이 이용신


낯선 발걸음으로 옹달샘을 찾았습니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이 그냥 그렇게 문을 두드렸고, 첫날 OT를 갖고서야 어렴풋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주 많이 힘이 들겠다는.

내 깐엔 거리식구들과 가까워져야겠다는 맘으로 용기를 내어 도로가 아닌 철길(편집자 주-노숙인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말한다.)을 택해 걸어가곤 했습니다. 그때가 한밤중이었고, 인기척이 느껴지자 서둘러 발걸음을 바쁘게 옮겨가며 쫓기고 있었습니다. 거리엔 술 냄새가 그대로 풍기고 그 술에 취했을지 모를 몇몇 분들이 거리를 집 삼아 그렇게 계셨습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솔직히 두려움도 느껴졌고, 모두들 하나같이 어린 시절이 있었을 텐데 얼마나 귀엽고도 귀한 존재였을까 하는 마음이 들자 제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제 마음을 추스르기에 버거운 점이 복지사로서 준비되지 못함 때문이라고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리고 오로지 어쩌면 내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훨씬 더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지요.

아웃리치에 참여하면서 한분 한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면서 맘속으로 ‘왜’라고 물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느냐”고, 그리고 난 ‘왜 이 분들을 만나고 있느냐’고.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 간의 소통을 간절히 바라던 중에 전 사회복지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세상을 제대로 만나려고 옹달샘을 찾게 되었던 것 같구요.

외로움에 지쳤는지 세상에 모든 것이 귀찮다며 일상적인 말까지도 아끼던 여자 분이 있었습니다. 서로의 나이를 잊고 내 맘을 전하려고 애쓰다가 드디어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너무 감사한 마음에 절로 웃음이 나왔는데 그 이후에 그녀를 보지 못했습니다. 실습기간에도 볼 수 없었고, 실습이 끝나고서는 제가 그곳을 가지 않게 되었거든요. 지금도 그 때 그녀의 마른 입술에서 흘러나온 웃음소리와 함께 흐르던 피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으며, 더불어 살아가야 할 거리 식구들과 옹달샘 가족 모두를 기억하겠습니다.

실습은 끝이 났고, 한 해가 저물고 있네요. 차가운 날씨여서 거리식구들의 건강이 더욱 걱정됩니다. 거리식구들의 건강을 주님께 간절히 청합니다. 그리고 옹달샘의 모든 식구들이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이용신 / 우석대 사회복지대학원 재학중. 2007년 8월 24일부터 2007년 11월 30일까지 옹달샘드롭인센터에서 실습을 하였다. 노유동에 있는 새날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