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잃어버린 사람



설레임으로 가슴이 부풀어 오르게 하는 첫사랑은 사랑에 눈을 뜨게 해준다. 또한 그리움에 사무쳐 눈물로 밤을 새워가며 불러도 모자랄 어머니의 품은 사랑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를 알게 해준다. 그러나 설레임이 있는 첫사랑과 사무치도록 보고 싶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잊고 사는 사람이 있다.  아니 아예 그런 사랑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너무 너무 슬프다.
내가 이 사역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 갈 무렵인 2004년 늦은 봄에 만난 한 사람이 있다. 그 때 그는 물을 마시는 것조차 힘들어 했다. 한 달이나 지나서야 겨우 몸을 추슬렀다. 말이 적었고, 좀처럼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우리 둘은 조금씩 안면을 터고 사귀면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갔다. 너무 착하고 순전한 사람이었다. 농담도 하고 자원봉사도 함께 다녔다. 일하는 것이 성실하고 요령을 피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내 옆에 두기가 너무 아까워서 독립을 시킬 마음에 잘 아는 집사님에게 맡아 달라고 염치없는 부탁을 했다. 그가 집사님을 따라 2년 정도 일도 함께 다니고 미래에 대한 야무진 꿈을 가지는 것을 보고 나는 너무 좋았다.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사님은 그를 돌보고 일을 가르치느라 현장에서 쓰러져서 입원을 하고 오랫동안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그룹홈을 시작한 지 몇 개월이 지나서 집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자주 왔다. 너무 힘들어 한다는 말이다. 집사님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도 있고, 그를 다시 추슬러야겠다는 생각에 그룹홈으로 데리고 왔다. 그것은 실수였다. 한동안 잘 지내는가 싶더니 며칠 전에 집을 나가서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내가 얼마나 걱정하고 기다리고 있는지 그는 모르는 것 같다. 왜 몰라주는 것일까? 내 정성이 부족해서일까?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본다. 그는 넓고 깊은 어머니의 사랑과 설레임이 있는 뜨거운 첫사랑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고, 첫사랑이 처음부터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돌아오기를 바란다. 옹달샘이 그에게 어머니의 품보다 더 깊고 첫사랑보다 더 뜨거운 사랑이 있는 곳임을 보여주고 싶다. 그가 돌아와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박성곤 / 소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