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도 말고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도 있듯 추석은 우리 민족의 명절 중에 명절이다. 추석이면 우리는 고향을 찾는다. 나고 자란 곳,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왔지만 잠시 돌아갈 고향이라도 있다는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부모를 만나고 친척을 만나고 친구를 만난다. 그리고 추억과 행복에 젖어든다. 쉼을 가진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행복한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에도 절망과 외로움의 시간을 붙잡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있다. 깊은 서러움과 한숨의 늪에서 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고달픈 인생들이 있다.

노숙인들. 이런저런 이유로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제 집을 갖지 못하고 쉼터나 상담보호센터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사람들. 고단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이들에게 추석은 추억 속에서나 꿈틀거릴 뿐 서럽고 외롭기만 한 날이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저 그들과 함께 기쁨도 슬픔도, 즐거움도 고달픔도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을 한다.

그 옛날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명절마당에서 놀이도 함께 했듯 옹달샘에서는 추석 연휴 동안 추석 놀이마당을 펼쳤다. 윷놀이를 비롯해 옹달샘 생활관에서 여러 가지 놀이를 펼치며 함께 시름을 달래었다. 잘 하면 상품도 타는 기쁨도 누리며. 그리고 25일 추석에는 차례를 지내는 대신 소장 박성곤 목사의 인도로 예배를 드렸다.

추석을 맞아 사랑의 온정도 많이 몰려들었다.  9월 19일(수)에는 철도공사수도권서부지사 이종순 과장 외 13명의 직원들이 떡, 과일, 음료, 양말 등을 들고 옹달샘을 방문, 옹달샘 이용자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22일에는 매월 김치 등을 후원하고 있는 일공사회 회원들이 방문하여 떡과 음료수를 나누었다. 그리고 24일에는 인터넷 자원봉사모임인 <행동하는 양심>에서는 송편을 보내왔다. 그리고 연휴 삼 일(월∙화∙수요일) 동안 무료급식을 실시하였다.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아침과 저녁 식사를, 추석 당일인 25일에는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모두 제공하였다. 평균 아침 식사에는 150명이, 저녁식사에는 180명이 식사를 하였다.)

무료급식 때에는 자원봉사로 귀한 시간을 내어 옹달샘을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온정의 손길이 그들에게 위로가 되었을 것은 분명하다.

그들은 추석 연휴 내내 옹달샘에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한때나마 시름을 달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잘해준다 해도 가족과 함께 나누는 시간만큼이야 하겠는가. 올해 추석이 그들에게 허탈한 절망이 아니라 끝까지 풍년의 꿈을 버리지 않는 희망과 용기로 기억되는 추석이었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내년 추석에는 그 희망과 용기 속에서 가족과 함께 풍성한 추석을 맞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꿈을 꾸며 오늘을 살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