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정용균·박성곤·안희환 목사

사람을 만난다고 하는 것만큼 보람 있고 유익한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평생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생각은 한계가 있는 법인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 저런 삶을 사는 이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나로 하여금 삶을 돌이켜보게 하고 더욱 열심있는 삶을 살도록 자극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만난 분도 내게 그와 같은 도전을 주었습니다. 옹달샘드롭인센터의 대표이신 박성곤 목사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정용균 목사님이 함께 동역을 하고 있었는데 정용균 목사님은 스스로가 지체장애인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을 보살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외에 젊은 간사들의 수고가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드롭인센터란 거리 노숙인을 위한 상담보호와 응급/일시 보호시설입니다. 이곳에서는 노숙인들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먼저는 상담서비스입니다. 다음으로는 생활/위생 서비스인데 생필품지원, 야간 잠자리 지원, 이/미용서비스 제공 등을 합니다. 또 위기상황에 처한 노숙인의 보호와 관리를 하며, 간호사 등을 통해 각종 의료상담을 받고 기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처음 옹달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막연하던 것이 막상 방문을 하고 나니 구체적인 활동 상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차를 타고 영등포역 근처로 가다가 옆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음침한 거리 광경이 눈에 들어와서 영등포에 이런 후미진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임대료가 싼 곳을 찾다가 그 장소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꽤 넓은 장소였고 시설도 깔끔했으며 인테리어도 그런대로 보기 좋았습니다. 박성곤 목사님은 노숙인이라 하더라도 너무 낙후되어 있으면 오지 않을 뿐더러 이왕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어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였습니다. 재정이 열악한 중에 그렇게 꾸미느라고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커다란 방 두 개가 있었는데 많은 노숙인들이 누워있거나 앉아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둘러보았는데 혹시 맘 상하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4월부터 한 달에 한번 정도 방문하기로 했기 때  
문에 그런 과정을 통해 친해지면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독특한 것은 샤워실이 잘 되어 있다는 점인데 샤워실 안에는 샤워를 하고 있는 노숙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방 안에 있는 노숙인들도 어느 정도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세탁실도 있었는데 열심히 그 앞에서 자신의 옷을 세탁하는 노숙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겉모습만으로는 노숙인으로 보이지 않는 이들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다 둘러 본 후 게시판을 보았는데 일자리를 제공하는 광고가 붙어있었습니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어느 정도 생활할 수 있는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자활지원프로그램이란 것이었는데 노숙인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당이 2만원이라고 합니다.

아까 들어왔던 현관 입구에서 독특한 메모가 붙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두 사람에 대해서 일정 기간 동안 옹달샘 출입을 금하는 공고문이었습니다.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옹달샘 내에서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거나 싸움을 하거나 하는 등 많은 피해를 줄 경우 그렇게 일정 기간 출입을 제한시킨다고 했습니다. 그냥 다 받아주면 분위기가 엉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나는 박성곤 목사님에게 이 일이 보람이 있느냐 혹은 힘들지는 않느냐 하고 묻지 않았습니다. 너무 뻔한 질문이고 그런 질문이 아무 의미 없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니 의욕이 있으면서 동시에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는데 옆에 정용균 목사님이 옆에서 하는 말이 너무 피곤해서 쓰러지기도 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피곤에 절은 그 얼굴이 멋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은 박성곤 목사님이 썼던 글의 일부입니다. “가끔 이 사역을 그만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주어도 주어도 끝이 없는 사역이다. 주고 싶어도, 아니 달라고 해도 줄 것이 없을 때가 많아 괴로운 것이 이 사역이다. 그래서 한계를 느낄 때면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 속에서 불같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고의 손을 놓지 않는 박성곤 목사님, 정용균 목사님, 그리고 여러 간사분들의 모습은 이 사회를 비추는 등불입니다. 이런 분들의 수고로 사회의 소외자들이 용기를 얻고 삶의 목표를 찾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늘 눈물로 사랑을 베푸는 귀한 님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안희환 / 참사랑교회 담임목사, 인터넷신문 e조은뉴스 논설위원, 수필가

※이 글은 인터넷신문 [e조은뉴스]에 먼저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