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다가오고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면접을 보고 일을 시작하였다. 그곳이 지금 내가 서 있는 옹달샘드롭인센터이다. 그러니까 옹달샘드롭인센터는 나의 첫 직장인 셈이다. 돌아보니 일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15개월이 지났다. 이곳에서 벌써 두 번째 봄을 맞는 것이다. 내가 옹달샘에서 주로 하는 일은 생활지도와 상담이다. 주간과 야간을 번갈아가며 근무를 한다. 일을 하다보면 술을 마시고 센터를 찾아오는 노숙인을 많이 만나게 된다. 술을 마시고는 센터 이용을 못한다. 그것은 센터의 규정이다. 조용히 쉬고 잠을 자고 가면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지만 다른 노숙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간혹 싸움이 일어나는 일이 있어 술을 마시고는 센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추운 겨울, 술을 마셨다고 이용을 못하게 하는 경우 근무자의 마음은 아프다. 나 또한 죄송한 마음에 기분이 좋지 않다. 겨울철에 동사나 상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거리노숙인들을 위해서 응급구호센터를 3월 15일까지 운영을 하고 있어 심야에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아웃리치 상담원, 특별자활사업 참여자들과 함께 순찰을 도는 경우가 많다. 상담을 통하여 거리노숙인들의 욕구와 실태를 파악하고 따뜻한 음료와 생필품 등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드린다. 그리고 옹달샘으로 거리노숙인들을 직접 모시고 와 추위를 피하도록 돕는다. 이런 속에서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며 느끼게 된다. 야간에 밤을 새며 일을 하다 보면 이용하는 노숙인들이 “간사님, 많이 피곤하시죠?”, “간사님, 고생이 많으시네요” 하고 말을 건네곤 한다. 그 한마디와 함께 “간사님, 커피 한잔 하세요” 하면서 뽑아 주시는 커피 한잔으로 힘을 얻고 일을 할 수가 있었다. 제주도에서 목회를 하시는 부모님께서 매일 저녁마다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낸다. 주로 “아들아, 힘들지? 어두운 밤이 지나면 밝은 태양이 너를 환하게 비춰 줄 것이다.” 라는 내용의 문자이다. 저녁에 출근하고 아침에 퇴근하는 나에게 너무나 힘이 되어주는 문자이다. 내가 노숙인들을 위해서 세상을 환하게 비춰주는 태양이 되어 드릴 수는 없을지라도 밝은 태양이 비춰주는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있다. 그것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면 따뜻한 봄이 찾아온다. 그러면 식물들은 싹이 틔우고 동물들은 겨울잠에서 깨어나 그들의 보금자리를 꾸미기 시작하듯이 그들에게도 어렵고 힘든 생활 속에서 벗어나 다시 활기를 되찾아 새로운 시작을 힘차게 펼쳐 나갈 수 있는 그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나는 믿고 있다. 그런 믿음 가운데에서 오늘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