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잡는 ‘대포차 이중 덫’   2009-03-20 13:19:29 - written by 관리자
빈곤층 잡는 ‘대포차 이중 덫’
한겨레 | 입력 2009.03.20 09:40 | 수정 2009.03.20 11:27 | 누가 봤을까? 40대 남성, 전라

[한겨레] 대출 담보로 차 줬는데 위반딱지·체납 '눈덩이'


기초수급 대상서도 제외…구제절차 복잡 발동동

김아무개(47·무직·인천 남동구)씨는 2005년 '대포차의 덫'에 걸려들었다.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낸 '차량 담보 대출업자'에게 90만원을 꾸고, 250만원짜리 중고차를 담보로 잡혔다. 이자는 보름에 15만원이라고 했다. 못 갚으면 차를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차 열쇠를 넘겨줬다. 빚은 금방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는 "빚 대신 차를 명의 이전해 가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렇다고 차를 돌려받은 것도 아니다. 김씨는 자기 차량을 누가 운전하는지도 모른다. 5년째 교통법규 위반 '딱지'와 세금 체납 고지서만 수백만원어치 쌓였다. 대포차 피해자가 된 것이다.

피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김씨는 이혼 뒤 남매를 기르며, 70대 어머니와 함께 산다. 10대 후반부터 극심한 만성 통증으로 직장 생활이 어려웠다. 부모 재산으로 사업을 벌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전셋방에서 노모가 농장에서 벌어온 품삯으로 먹고사는 처지다. 하지만 '대포차' 때문에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지 못한다.

빈곤층이 대포차의 덫에서 빠져나올 길이 거의 없어, 복지 사각지대로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가족부는 불법적이거나 비현실적인 방법들만 안내할 뿐이다.



19일 복지부 '국민기초생활보장 사업 안내'를 보면, 명의 도용·대여나 대포차는 공적인 증빙서류를 내야만 자동차 재산 산정에서 예외가 된다. 그러지 않으면 250만원짜리 차 보유는 250만원의 월소득으로 간주돼, 웬만해선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기 어렵다. 복지부는 도난 신고 확인서나 고소·고발장 등을 증빙서류로 예시한다. 하지만 김씨가 이런 서류를 손에 넣을 길은 거의 없다.

복지부가 안내하는 자동차 명의 강제 이전이나 직권 말소도 시간·비용 부담이 크거나 구청이 손사래를 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김씨가 도난 신고를 하면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말한다. 경찰청 쪽은 "대포차는 민사상 채무관계가 얽힌 것으로, 도난 신고를 하면 허위신고로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등록 말소나 명의 이전을 맡은 구청도 고개를 젓는다. 인천 남동구 쪽은 "대포차라는 사유로 직권 말소를 해 주지도 않고, 대포차가 딱지를 떼는 등 운행 흔적을 남기는 한 구청에선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명의 강제 이전'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할 수는 있다. 한 법무사는 "대포차는 서너 단계 거래되며 운전자들이 바뀌는데, 이들 가운데 책임보험 가입자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송은 3~6개월이 걸리고, 50만원가량 비용도 든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최정규 변호사는 "형사 고소·고발은 더 복잡하고 일선 경찰도 잘 받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쪽방 거주민·노숙인을 지원하는 '함께하는 집'의 김길순 소장은 "빈곤층, 특히 노숙자들은 대부분 대포차, 불법 사업체나 위장결혼에 명의 대여 등 온갖 명의 관련 덫에 걸려 있다"며 "극단에 몰려 불법적 명의 대여를 했다고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는 길을 막는 건 책상 행정"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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