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 원 세대, 결국 길 위에 나앉다   2009-03-20 07:11:25 - written by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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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사회부 윤지나·최인수·김효은 기자] ['빈곤의 대물림'이 이미 당연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요즘, 이제는 빈곤이 단순히 대물림 되는 수준이 아니라 '사지 멀쩡한 청년'이 노숙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시대다. CBS노컷뉴스는 경제불황과 빈약한 사회안전망 가운데 부모의 양육에서 벗어나자마자 노숙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20-30대 청년노숙인의 문제를 총 3회에 걸쳐 보도한다.]
말투나 손놀림, 농담에 찡그리는 눈매까지 여느 청년과 다를 게 없었다. 큰 키에 쌍꺼풀 진 눈은 주위의 호감을 사기에도 충분해보였다. 하지만 8개월째 노숙 생활을 하면서 몸에서는 쉰내가 났고 하루가 멀다 하고 끼니를 거르다보니 안 그래도 마른 체형에 안쓰러울 만큼 야위었다.
지난 4일 오전 서울역에서 만난 청년 노숙인 오민호(28·가명) 씨. 아직 무한한 미래를 꿈꾸고 있을 나이, 청년세대다. 그런데 어쩌다 이 사지 멀쩡한 청년이 차가운 길 한복판에서 청춘을 보내게 됐을까.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민호 씨는 일용직 노동을 하는 아버지와 공장에서 일하는 누나와 함께 어렵게 자랐다. 생활비를 대주던 아버지가 세상을 뜨면서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고난한 삶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상고를 졸업한 민호 씨는 자동차 도색 공장부터 전선공장, 컴퓨터 부품공장 등 3D 생산라인에서 닥치는 대로 일했다. 일주일에 6일 근무는 기본이었고 그 중에 5일은 야근까지 했다. 민호 씨는 “일단 살고 보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했다고 했다.
하지만 근무하는 회사마다 도산하고 경제 불황에 안정된 일자리를 얻기가 힘들어지면서 쪽방에서 고시원으로, 고시원에서 노숙인 쉼터로 주거환경은 점점 열악해졌다. 그나마 경제적 보탬이 되주던 누나는 본인의 가정 꾸리기도 막막하다며 연락을 끊었다.
민호 씨는 결국 8개월 전부터 노숙을 하게 됐다. 일자리를 찾아 안산, 수원을 거쳐 며칠 전 도착한 서울역. 설마 자신이, 대합실에 웅크리고 있는 이 수많은 노숙인 사이 한 명이 될 줄은 추호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내 모습도 썩 좋은 건 아니지만 노숙자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내가 더 무너지면 저 나이 든 노숙자들처럼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끔찍한 기분도 들었어요"
민호 씨는 교회에서 나눠주는 점심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역전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했다. 특별히 할 일도, 만날 사람도 없는 민호 씨는 자신을 스치고 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뭐가 그렇게 바쁜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어쩌다 돈이 생기면 적은 돈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만화방과 피시방 등을 찾는다.
"새벽에 인력 시장에 나가봐도 사람 필요하다는 데가 없어요. 원래 겨울엔 일자리가 없는데 경제까지 불황이니 이력서 내도 연락 기다리란 소리만 하고…"
민호 씨는 일자리가 없다며 긴 한숨을 쉬었지만, 점심 식사 후 노숙인지원센터에 일자리 상담을 받았다. 다친 발목 때문에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더 줄어 들었단다. 낮은 영양 상태에 찬 이슬까지 맞으니 부어오른 발목이 가라앉을 줄을 모른다.
민호 씨는 연신 다리를 주무르며 "일단 다리가 나을 때까지만 머물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리치료를 못 받아서 상태가 심각한데, 막노동을 나가려고 해도 일자리가 없는 판에 다리도 이 모양이니…"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동안 이력서를 넣은 회사들로부터 아직 연락이 없다는 답변에 민호 씨는 다른 곳을 또 지원한 뒤 지원센터를 나왔다.
오후 3시가 넘은 시각, 민호 씨는 또다시 잠자리와 저녁밥 을 향한 작은 전쟁을 시작했다. 지원센터에 마련된 잠자리와 저녁밥 표를 얻기 위해 민호 씨는 절뚝거리는 발걸음에 속도를 높였다. 매일 오후마다 벌어지는 전쟁이라고 한다.
그렇게 간신히 저녁을 먹은 뒤 민호 씨는 또 다음 날 새벽 공사판 출력인원이 얼마나 되는 지를 알아본다며 일어섰다.
"가난한 부모 밑에서 배운 것도 없이 자란" 민호 씨에게 20대는 하루하루가 생존투쟁으로 채워진 지독하게 외로운 시간이었다.jina13@cbs.co.kr[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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