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역 노숙인 혹독한 겨울나기 르포   2009-01-20 16:30:54 - written by 관리자

서울 지하철역 노숙인 혹독한 겨울나기 르포  




뼛속 파고드는 추위… 희망 없는 새벽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한 11일.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서울은 밤이 되자 바람까지 세차게 불며 체감온도를 더욱 끌어내렸다. 한강도 지난해보다 28일 빨리 결빙돼 강추위에 떨던 이날, 달도 얼고 별도 어는 추위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갈 곳 없는 노숙인들이다. 성공회 바로서기상담보호센터 임영인 신부와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처장 김종생 목사와 함께 밤 9시부터 12시까지 서울역 을지로입구역 시청역을 돌며 노숙인들과 만났다.

◇뜨거운 물을 채운 페트병으로 추위 견뎌=밤 9시30분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지하보도. 최근 새로 공사를 마친 중앙통로에 20여명의 노숙인이 모여 있었다. 외부 날씨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찬바람이 파고들었다. 절반가량의 노숙인들이 서 있었고 어떤 사람은 로또 용지를 한 움큼 쥐고 번호를 살폈다.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도 보였다. 말을 붙이려 하자 관심이 없는 듯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추위 때문인지 두 사람이 나란히 누워 자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 노란 조끼를 입은 청년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뜨거운 물을 페트병에 채우고 신문지를 둘둘 감아 노숙인들에게 전달했다. 페트병을 받은 노숙인들의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서성이던 사람들도 페트병을 받자 그제야 누웠다.

페트병을 품고 자면 새벽까지 추위를 견딜 수 있다고 했다. 교회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이들이 준비한 페트병은 모두 195개. 빠른 시간 안에 전달하는 게 미션이었다.

바로서기상담보호센터 이형운 팀장은 "거리 노숙인들은 서울역을 비롯해 영등포역 용산역 등지에 많이 몰려 있고, 을지로입구역 종각역 시청역 등지에도 분산돼 있다"며 "최근엔 잠실역 창동역 구로역 등 서울 변두리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은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노숙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임 신부는 "노숙인들은 세상의 흐름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된 사람"이라며 "구두닦이 껌팔이 신문팔이 구두제화공 등 지금은 사양 직종 종사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노숙인 전문단체의 집계에 따르면 서울의 거리 노숙인은 1250명에 이른다. 쪽방, 고시원, PC방, 사우나 등에도 사는데 거리 노숙인의 5∼10배 정도에 달한다. 이 밖에 쉼터에 2000명, 상담보호센터에 650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다. 만성질환자도 많아 근골격계 질환, 간질환, 피부질환자들이 많다.

◇나가면 얼어 죽어요=밤 10시30분.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지하광장. 아직 자리를 못 잡은 한 노숙인에게 괜찮냐고 물으니 "추워요. 추워"를 연발했다. 그는 "밖에 나가면 얼어 죽는다"며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는 기자에게 다시 오더니 "어제 새벽에 누가 돈을 주고 갔다"며 "모두 술을 사 먹었다"고 말했다.

임 신부는 "노숙인들이 갑자기 돈을 받으면 항상 싸움이 일어난다"며 "아무리 불쌍해 보여도 그런 식의 구제는 삼가 달라"고 말했다.

시청역 쪽으로 연결되는 시청광장 지하쇼핑센터 통로를 따라갔다. 이곳엔 상점들이 많아 노숙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m가량 통로를 빠져나와 시청역 출입구 쪽에 이르자 10여명의 노숙인이 누워 있었다. 칼바람이 엄습했다. 어떤 노숙인은 이불 하나에 맨발을 드러낸 채 누워 있었다. 하지만 잠을 자는 건 아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으, 으" 소리를 내며 떨고 있었다.

임 신부는 "IMF 외환위기 때나 지금이나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린다"고 말했다. 김종생 목사는 "이들에게 교회가 힘을 합쳐 개인적, 사회적 안전망이 되면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시55분. 시청역 철셔터를 내리는 시간. 한 공익근무요원이 매표소 주변 노숙인을 세차게 흔들어 깨우며 "이동하세요"라고 소리쳤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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