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복지 사각지대 놓인 여성노숙인   2009-01-20 16:23:19 - written by 관리자

인권 복지 사각지대 놓인 여성노숙인
경제한파로 여성노숙인 10년 새 3배 급증..가정 폭력 피해 거리로 나선 여성노숙인들 '거리피해자'로




경제 한파로 늘어나는 노숙인 수만큼이나 여성노숙인도 증가 추세다. 하지만 전체 노숙인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노숙인 지원체계는 너무나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은 거리의 성폭력과 구타, 범죄, 질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자녀를 동반한 경우 양육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남성노숙인보다 더 소수자이자 약자인 여성노숙인은 사회의 관심 대상이 되지 못하고 인권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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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개월동안 서울 영등포역을 전전하다 여성노숙인쉼터에 입소한 40대 A씨. 그는 3년 전 막노동으로 하루벌이를 하던 남편이 도박과 술에 의존하면서 자신을 물론 아이들까지 손찌검을 하게 되자, 그 길로 아이들과 줄행랑을 쳤다. 처음엔 식당일을 하면서 인근 쪽방에서 아이들과 근근이 생활했지만, 몸이 아파 일을 그만두면서 생계가 막막해졌다. 아이들은 잠시 시골 시댁에 맡겼고, 자신은 홀로 거리에 나앉았게 됐다. 이제 남은 건 지쳐 병든 몸뚱어리뿐이다.

30대 B씨는 2년 전 임신 7개월 상태에서 여성노숙인쉼터에 입소, 시설 도움으로 아이를 낳은 후 모자가정 쉼터에서 미용기술을 배우며 자활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임신 4개월 때 술만 마시면 폭력을 일삼는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가출한 그는 석달동안 서울역과 동대문역을 전전하며 굶주림과 추위에 떨어야했다. 그러나 더욱더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밤이면 자신에게 접근하는 남성노숙인을 피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실업 가구의 여성 대부분은 빈곤과 가정폭력을 피해 가출하거나 이혼, 별거를 택해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 여성노숙인, 10년 전 IMF 때보다 3배 이상 늘어나
'노숙인다시서기센터'에 따르면 서울시 노숙자 수는 2005년 3164명, 2006년 3178명, 2007년 2929명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11월에는 3009명(11월 기준)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여성노숙인 수는 1999년 175명에서 2007년엔 542명으로 크게 늘어났고 지난해 8월 기준600여명에 이르고 있다. 10년 전에는 남성노숙인 수의 10%에도 못 미치던 여성노숙인 수가 2004년 이후엔 매년 300명선으로 14%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쪽방촌, 식당, 술집, 찜질방, PC방들을 전전하는 잠재적 여성노숙인까지 합하면 이 수의 10배는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제 여건이 어려워지거나 가정폭력 등으로 가출한 중장년층 여성들이 많고 20~30대 여성 경우 주로 자녀들을 동반한 경우가 많다. 최근엔 자식들에게 내쫓긴 50~70대 여성노인까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서정화 (사)노숙인복지회 열린여성센터 소장은 “모자 가정의 노숙인 쉼터 입소 사유는 77.8%가 가정폭력이 원인이며, 입소자의 55.6%가 가정폭력시설 등 여성복지시설 이용 후 입소한 경우”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여성 노숙인의 주요 유입경로가 가정폭력 등이라면 그 분야를 보강하면 여성 노숙인의 상당수는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밤이 무서운 여성노숙인들...성폭력, 범죄 등에 무방비 노출
지난 해 수원에서 노숙하던 10대 소녀가 남성노숙인들의 폭력에 희생된 사건이 보여주듯 술에 취한 남성노숙인 사이에서 소수이고 약자인 여성노숙인은 폭력이나 성범죄에 늘 노출돼있다. 이들에겐 종이박스나 담요, 비닐봉지 등이 유일한 보호막이다. 실제 영등포역 근처를 지나는 시민들은 늦은 밤 여성노숙인 하나를 놓고 주먹다짐을 벌이는 남성노숙인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이렇듯 실제 이들을 상대로 한 폭력이나 성폭력도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심지어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여성노숙인 쉼터 관계자는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여성노숙인 중 출산한 영아를 살해하고 유기하는 비도덕적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들은 악질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노숙자을 강제로 감금하고 이들의 신분증으로 카드와 핸드폰을 불법 발급을 받거나 여성 노숙자의 신용을 이용하여 카드나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빚을 지게 하는 등의 수법 등으로 또 다른 범죄에 이용당하고 있다.

또 생계가 막막한 여성노숙인은 쪽방비를 대주거나 음식을 주는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택하기도 한다. 지난 2007년 국회 보건복지위 장향숙 의원 자료에 따르면 여성가출청소년 가운데 14%가 성매매 경험이 있으며 이 가운데 22.5%는 노숙생활 중에도 1년내 5명 이상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오랜 노숙생활로 인해 성의식이 희박해지고, 많은 수의 여성노숙자들이 정신질환과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기 때문에 자기방어마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실제 서울시 노숙인 전염병 감염현황을 보면 2003년 7월 213명의 여성 노숙자중 92%가 전염병 등의 질병에 감염되었고, 피부질환(52명·24.4%), 간염(44명·20.7%), 결핵(35명·16.4%), 매독(15명·7%) 순으로 일반인의 질병 유병률보다 대단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모자가정 노숙인 쉼터는 전국 104개 노숙인 쉼터 가운데 11개에 불과하며, 이들에 대한 상담과 치유, 자활을 돕는 여성 상담 보호센터는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김진미 열린여성센터 사회복지사는 “여성 노숙자들은 기본 시설이 부족하고 수용정원이 부족한 편이라 입소 문의는 많지만 다 받지 못하고 있다”며 “남성은 갑작스런 추위나 폭력 상황에 응급상담보호센터에서 보호받고 정보도 얻을 수 있지만, 여성은 응급상담보호센터가 없어 긴급보호대책이 요원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자녀 동반 여성노숙인, 양육 문제 심각
자녀를 동반한 모자 가정이 있다는 점도 여성 노숙자들만의 특성이다. 다만 노숙자 시설이 아닌 모자가정 시설에 수용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집계는 어렵다. 여성 노숙자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열린여성센터에는 지난 12월 현재 30명의 여성 노숙인들이 입소해 있는데 이중 자녀를 동반한 모자가정은 셋이나 된다. 대부분 미취학 아동이나 저학년 초등학생들로 어린 자녀들인 경우가 많다.

이들이 직업을 구한다 해도 대개가 임시직이나 일용직이라 한달 임금으로는 양육비는커녕 생활비도 빠듯하다. ‘모자쉼터’엔 7살 이상의 사내아이를 둔 여성은 입소할 수 없고, 여성노숙인들이 쉼터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도 최대 1년으로 한정돼있어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게 되고, 어머니는 양육 부담을 견디다못해 자녀 양육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는 곧 미성년 노숙인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여성노숙인 쉼터 지원을 위해 자선음악회를 열고 있는 박찬숙 전 한나라당 의원은 “장기적으로 여성 노숙인 전용 쉼터를 확충하고 모자 노숙인에게는 임대주택 등 생활 기반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진 기자 jj@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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