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엔 ‘자활’ 실직자엔 ‘사회적 일자리’   2010-02-10 16:53:39 - written by 관리자
노숙인엔 ‘자활’ 실직자엔 ‘사회적 일자리’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ㆍ노숙인 판매 잡지 ‘빅이슈’ 한국판의 신선한 실험
ㆍ시민들이 제작 참여… 창간준비호 곧 발간
ㆍ“사회적 기업 등록 땐 편집·기고자에 일자리”


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있는 노숙인 자활지원단체 ‘거리의 천사들’의 사무실에서는 분주한 손놀림이 이어졌다. 노숙인들이 직접 파는 잡지 ‘빅이슈’의 한국판 창간준비호 발간을 사흘 앞두고 마지막 탈고 작업이 한창이었다. 빅이슈는 영국·일본·남아프리카공화국 등 28개국에서 노숙인들이 직접 판매하는 잡지로 노숙인 자활 프로그램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아일랜드를 무대로 가난한 거리의 가수의 사랑을 그린 영화 <원스(ones)>에서 여주인공이 더블린의 거리에서 남자 주인공에게 사라고 권한 것이 이 잡지다.


노숙인들이 팔게 될 잡지 ‘빅이슈’ 한국판 창간준비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진무두·안병훈·이연희·윤건씨(왼쪽부터)가 9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거리의 천사들’ 사무실에서 제작회의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노숙인들이 팔게 될 잡지 ‘빅이슈’ 한국판 창간준비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진무두·안병훈·이연희·윤건씨(왼쪽부터)가 9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거리의 천사들’ 사무실에서 제작회의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빅이슈 한국판 준비모임은 오는 12일 서울역·고속버스터미널 등과 신촌·홍대역 등에서 시민들에게 창간준비호를 나눠줄 예정이다. 준비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안병훈씨(28)는 “한복업체에서 잡지를 배포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한복을 무상 대여해주기로 해 명절 분위기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진무두 ‘거리의 천사들’ 노숙인자립지원팀장(33)은 “아직 빅이슈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창간호에는 잡지를 소개하는 콘텐츠가 많다”고 전했다.

빅이슈 창간준비호 제작은 예상보다 빨리 3주 만에 이뤄졌다고 한다. 수많은 ‘재능 기부자’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디자이너·전문 편집인·자유기고가 등이 저녁 시간을 쪼개 제작에 참여했고 노숙인이었던 사람도 글을 기고했다. 안씨는 “홈페이지를 만들어준 분도 있고 자원봉사 배포자들이 사용할 액세서리를 만들어준 도우미도 있다”며 “각자의 재능을 살려 빅이슈 한국판이 세상에 나오는 데 기여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재능 기부자들의 ‘집단지성’은 일본에서 출간된 빅이슈 출판 발행기도 1주일 만에 번역해냈다고 한다.

빅이슈 한국판의 출발점은 2008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공회 성프란시스코 대학에서 노숙인들에게 인문학을 강의했던 최준영 경희대 실천인문학센터 교수가 빅이슈 창간 준비모임을 만들었다. 이후 빅이슈의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십시일반으로 준비모임을 이어왔다.

준비모임은 올 상반기에 서울시·노동부 등이 공모하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향후 온전한 사회적기업으로 인정을 받게 되면 6~7월쯤 창간호를 발간할 계획이다. 진무두 팀장은 “사회적기업이 되면 실업 상태인 젊은 재능 기부자들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며 “뿐만 아니라 노숙인들이 ‘구걸이 아닌 노동’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안정적인 토대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준비모임은 서울역·영등포역·을지로입구역에 있는 노숙인들이 길가에 누워 있지 않고 시민들에게 잡지 구입을 권유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고 했다.

윤건 ‘거리의 천사들’ 총무는 “빅이슈가 노숙인들의 수입원 역할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노숙인들이 잡지 판매를 매개로 시민들과 평등한 관계에서 대화를 나누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총무는 “빅이슈 한국판 창간호를 내는 것 못지않게 노숙인들을 어떻게 판매자로 참여시키고 이를 통해 자립으로 연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2010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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